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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약용식물

‘강원도 약초문화지도’ 제작기: 마을, 시장, 채취인의 이야기

by turestory-blog 2025. 8. 24.

‘강원도 약초문화지도’ 제작기: 마을, 시장, 채취인의 이야기

1. 약초문화지도 제작의 시작과 취지

강원도는 지리적으로 산악 지형이 많고, 해발 고도가 높은 지역이 넓게 분포해 있어 약용식물이 자생하기에 매우 유리하다. 이곳에서는 수백 년 동안 주민들이 자연 속에서 약초를 채취하고 활용하며 생활해 왔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도시화와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약초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에 강원도 각 지역의 약초 자생지, 채취 전통, 유통 경로를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약초문화지도를 제작하게 되었다. 이 지도는 단순히 식물의 위치를 표시하는 자료가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생활사와 전통 지식, 그리고 약초를 둘러싼 문화적 맥락까지 함께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특히 마을 단위로 내려오는 채취 금기, 약초의 약리 효능, 전통 요리법 등 구술 자료를 기록하는 작업은 지역민의 정체성을 보존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 마을 단위 기록: 토박이들의 약초 이야기

약초문화지도의 핵심은 각 마을의 약초 이야기를 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백의 한 산골 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5월 초하루에 주민들이 모여 특정 약초를 채취하는 전통 행사를 연다. 이때 채취한 약초는 가정의 약탕기에 넣어 끓여 마시거나, 마을 회관에서 나눠 마시며 건강을 기원한다. 인제의 어떤 마을에서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함께 약초를 캐러 다닌 추억을 가진 주민들이 많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약초 채취 요령과 효능을 전하는 구술 인터뷰가 이어졌다. 마을별로 자생하는 약초의 종류와 양은 기후, 토양, 고도에 따라 다르며, 이를 세밀하게 조사해 지도에 반영함으로써 각 지역만의 약초 자원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토박이 주민들이 들려주는 채취 시기와 보관법, 조리 방법은 책이나 논문에서 찾기 어려운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3. 시장과 유통 경로 조사

약초문화지도 제작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전통시장의 약초 유통 현황 조사였다. 강원도의 주요 약초 시장은 봄과 가을에 가장 활기를 띠는데, 이 시기에는 채취인들이 직접 채취한 약초를 산지에서 바로 가져와 판매한다. 태백, 정선, 평창 등지의 전통시장에서는 생약 그대로의 형태뿐 아니라 말린 약초, 분말, 즙 형태로 가공한 제품도 거래된다. 약초의 가격은 생산량, 품질, 희귀성에 따라 크게 변동되며, 특히 보호종이나 채취가 어려운 고산지대 약초는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시장 상인들은 약초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여 구매자에게 맞는 약초와 섭취법을 상세히 안내해준다. 이 조사 과정을 통해 약초가 채취지에서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의 경로와,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 변동, 품질 관리의 어려움 등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4. 채취인의 삶과 산업화 과제

약초문화지도에서 중요한 또 다른 축은 채취인의 삶이다. 강원도에서 약초를 채취하는 사람들은 대개 어릴 때부터 산과 함께 자라며 약초 채취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그러나 기후 변화와 서식지 감소, 보호종 지정 확대 등으로 채취 환경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채취인들은 약초의 서식지를 보호하면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일부 지역에서는 채취를 제한하는 대신 인공 재배를 지원하고, 채취인의 경험을 관광과 교육 프로그램에 접목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약초 채취 체험 관광, 약초 요리 교실, 전통 약탕기 체험 등이 그 사례다. 약초문화지도는 이러한 채취인의 지식과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향후 산업화와 문화 보존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