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인삼이라 불리는 ‘더덕’의 기능성 평가와 재배 한계
1. 산속 인삼, 더덕의 생태와 전통적 가치
더덕(Codonopsis lanceolata)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다년생 덩굴성 식물로, 주로 우리나라 중·북부 산지와 고원 지대에서 자생한다. 특히 강원도의 깊은 산속에서 자란 더덕은 ‘산속 인삼’이라 불리며, 예로부터 귀한 보양식과 약재로 사랑받아 왔다. 줄기는 덩굴 형태로 다른 식물에 감겨 올라가며, 뿌리는 굵고 길며 단단해 땅속 깊이 자리 잡는다. 가을철 뿌리가 충분히 성숙하면 독특한 향과 단맛, 쌉싸름함이 조화를 이루어 더덕 특유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향미는 단순한 식재료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약리적 성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강원도의 더덕은 해발 500~1,200m의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토양에서 특히 잘 자라며, 일교차가 큰 기후 덕분에 유효성분 함량이 높다. 전통적으로 강원 산간마을에서는 더덕을 껍질째 구워 먹거나, 꿀에 재워 차로 마시고, 장기간 저장을 위해 장아찌로 담그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왔다. 예부터 체력 보강, 기침 완화, 식욕 증진 효과로 알려져 있어 ‘인삼에 버금가는 산약초’로 불려온 이유다.
2. 더덕의 주요 기능성과 과학적 효능 분석
더덕 뿌리에는 사포닌, 이눌린,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식이섬유 등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사포닌 성분은 인삼의 것과 구조적으로 유사하여 면역력 증진, 피로 회복, 항염 작용에 효과적이다. 이눌린은 장내 유익균 증식과 혈당 조절을 돕는 수용성 식이섬유로, 당뇨 관리와 변비 개선에 기여한다. 플라보노이드와 폴리페놀은 항산화 작용을 통해 세포 손상을 억제하며, 노화 지연과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실험 연구에 따르면 더덕 추출물은 대식세포와 자연살해세포(NK cell)의 활성을 증가시켜 체내 방어 능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운동 후 피로를 유발하는 혈중 젖산 농도를 감소시키고, 간 글리코겐 저장량을 회복시키는 데 기여해 항피로 작용을 뒷받침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더덕 성분이 기도 점액 분비를 촉진하고 기관지 염증을 완화하는 작용을 보여, 만성 기관지염 환자나 호흡기 건강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과학적 검증은 전통적 경험치에 머물렀던 더덕의 가치를 한 단계 높였다.
3. 강원도 더덕 재배의 현황과 한계
강원도는 더덕 재배에 유리한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재배 과정에는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더덕은 발아와 초기 생장이 느려 첫 수확까지 3~4년이 소요된다. 이는 농가의 경제적 부담을 높이며, 단기 수익 작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는 요인이다. 둘째, 연작 피해에 매우 민감하여 같은 포지에서 연속 재배 시 병충해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대표적인 병해로는 더덕 뿌리썩음병과 줄기마름병이 있으며, 주로 습한 토양에서 발병한다.
셋째,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 최근 여름철 집중호우와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은 더덕의 생육 주기를 교란시켜 수확량과 품질에 악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고온 다습한 여름에는 병원성 곰팡이의 번식이 빨라져 뿌리 부패가 심화되고, 겨울철 혹한이 약화되면 휴면 기간이 짧아져 이듬해 생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넷째, 고품질 강원도산 더덕과 외래산·저가산 더덕의 혼합 유통 문제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4. 지속 가능한 더덕 산업화를 위한 방향
더덕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품종 개량, 재배 기술 혁신, 그리고 브랜드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병충해 저항성과 생육 속도를 개선한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 이는 재배 기간 단축과 생산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요소다. 또한, 고랭지와 저지대 환경에 맞춘 차별화된 재배 매뉴얼을 마련해 농가의 재배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유통 측면에서는 강원도 더덕의 지리적 표시제(GI) 등록과 품질 인증제를 확대해 소비자가 원산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덕 가공품 개발도 중요하다. 단순 뿌리 판매에 그치지 않고, 건강즙, 발효음료, 건조 분말, 차(茶)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체험형 더덕 농장 운영, 더덕 축제, 더덕 요리 경연대회 등 관광과 연계한 6차 산업 모델을 도입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강원도의 청정 환경과 전통 재배 기술을 기반으로 ‘산속 인삼’ 더덕을 세계 시장에 알리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